달이 밝아도/청락
달이 밝아도/청락
아이들 키운다는 것은
세상을 하나 다시 만드는 것이다
밤새 보채는 아이를
달래는 것은 용광로의 쇳물을 식히는 것이다
자신이 어떻게 커왔는 지
돌아 보는 것이다
검게 탄 옥수수 수염을 떼고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
꼬리에 불을 달고
큰 별, 작은 별 그리고 살면서 뱉은 어수룩한 투정을 섞어 대장간의 풀무질로
밤새 해를 만드는 것이다
새벽이 오기까지는
바람앞의 등불처럼
촛농이 마지막 심지를 삼킬 때 불꽃처럼
한여름밤의 쑥부쟁이를 아랑곳않는 독한 모기와 배탈과 고열이 뒤범벅된 번민의 요동속에서 소낙비처럼 짧게 왔다가기를 바라지만
깜깜한 대지위로 붉은 기운이 꿈틀하는 시간이 뛰어 올 동안
답없이 우는 아이는
새로운 음계를 넘나들고
엄마는 등신불이 되어
세상을 달래고
아빠는 육신에 정수를 붓는다